비 많이 내리는 무더운 여름을 어떻게 보내시고 계시나요?
요즘 런던은 런던답지 않게(?) 화창하고 무더운 날씨를 보이고 있답니다.
한국은 무더운 날에 비까지 온다고 하던데, 지치고, 만사가 귀찮고 괜히 짜증이 나시는 건 아닌가요? 그래서 오늘은 재미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제가 영국에서 자라고 있는 한국아이들을 대상으로 한글을 가르치고 있는데, 아이들이 재미를 느끼지 못할 때는 집중을 못하다가도 재미있는 놀이를 통해 학습을 유도하면 금새 놀라운 집중력을 보이곤 합니다. 재미라는 것만큼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그들의 동참을 끌어낼 수 있는 훌륭한 모티브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톡홀름의 Odenplan역에는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합시다!’라고 표지판이 없어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계단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다 걸을 때마다 들려오는 피아노 건반소리 때문이지요. 사람들은 신기하다는 듯이 걸어도 보고 뛰어보면서 자신만의 연주를 합니다. 다시 보아도 정말 훌륭한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듭니다.
위 사진은 처벌이 아닌 포상을 통해 사람들이 더 운전법규를 잘 지키도록 유도하는 The Speed Camera Lottery아이디어입니다. 즉, 속도를 위반한 운전자가 낸 벌금을 모아서 속도를 잘 지킨 운전자에게 복권을 통해 상금을 주는 시스템입니다. Fun theory award를 수상한 아이디어로써 스웨덴 스톡홀롬에 실제로 설치되어 사람들의 긍정적인 호응과 더불어 속도위반차량 감소의 효과를 얻어냈습니다.
위 사례는 재활용 병 수거함을 게임기로 제작하여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경우입니다. 불이 켜지는 구멍에 병을 넣으면 점수를 딸 수 있게 되어 있으며, 하룻밤 사이에 1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이 수거함을 이용하였다고 하네요. 빈 병을 하나 가득 들고 와서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구경하고, 참여하려고 기다리는 것이 보이시지요? 게임하는 것을 보는 것만도 재미있어 보이네요.
(출처: puzzleit - http://www.thefuntheory.com/award-entries?page=14 / scratch mat - http://www.thefuntheory.com/award-entries?page=16 )
그 밖에 건물 입구에 놓여있는 매트에 신발을 털고 들어오도록 유도하는 재미있는 디자인들입니다.
하나는 ‘puzzleit’라는 퍼즐 매트이고, 다른 하나는 ‘scratch mat’라는 DJ매트입니다. 퍼즐을 맞추는 동안에, 디스크판을 발로 돌리는 동안에 신발은 점점 깨끗해지겠죠?
위 신호등은 운동이 부족한 현대인을 위해 디자인된 것이라고 합니다. 초록색불로 바뀔 때까지 기다리는 지루함 대신 체조를 따라 하면서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체조를 따라 하면 지루하지도 않고, 운동도 되고, 게다가 신호등도 잘 지키게 되니 여러모로 좋겠죠?
에딘버러(Edinburgh) 스코틀랜드 국립 박물관을 들어가면 우주선 같은 것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입장료가 무료인 박물관을 후원하는 모금함인데요. 일반적인 모금함과 같이 ‘후원금을 주세요!’가 아닌 동전으로 재미있는 놀이를 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동전을 떨어트리면 뱅글뱅글 돌다가 가운데 구멍으로 쏙~들어가는데요. 아이들이 너무나 재미있어 하네요. 부모님들도 아이들이 즐거워하니 흔쾌히 동전을 계속 주시면서 같이 즐기고 있네요. 사람들이 즐기는 동안 후원금은 저절로 쑥쑥 늘어나겠죠?
글라스고(Glasgow)켈빈그로브 미술관&박물관(Kelvingrove Art Gallery and Museum)의 한 작품인데요. 이 그림에는 등장하는 인물들의 생각을 말풍선 모니터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굳이 미술관 가이드 북이나 오디오북을 통하지 않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되어 있네요. 3명 모두 각자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데요. 여자는 표정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저녁식사 시간을 지겨워하고 있고, 남자는 여자가 못미더워하고 있으며, 저녁을 서빙하는 하인은 또 다시 침묵의 저녁식사시간이라며 안쓰러워하고 있네요. 말풍선 모니터가 그냥 무심히 지나쳤을 작품을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네요.
어제는 날씨가 좋아서 바비칸 센터 근처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건물 위에 거대한 눈 하나가 붙어있는 것을 발견했는데요. 무엇인가 하고 자세히 보니 CCTV라고 써있네요. CCTV를 저렇게 임팩트있고, 재미있게 달아놓으면 그 근처에서는 나쁜 행동을 하지 못하겠죠? 그 동네를 지켜주고 있는 눈 같네요. ‘CCTV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조심하세요!’라고 백만번 말하는 것보다 효과가 있겠죠?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재미를 불러일으키는 디자인은 사람들에게 ‘~하지 마세요!’, ‘~하세요!’라고 말하지 않더라도 능동적으로 사람들의 행동 변화를 유도합니다. 백만번 표시문구를 설치하는 것보다 재미를 주는 디자인을 설치하면 긍정적인 결과를 얻어내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도 즐거움을 주게 되니 일석이조겠죠? 그럼, 우리도 한번 주변에 재미요소를 부가하여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이 어떤게 있는 지 생각해볼까요?
런던에서 초록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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