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적 패션을 지향하는 사회혁신기업 오르그닷은
패션 플랫폼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르그닷의 핵심 사업이자 발전 방향이라고 할 수 있겠죠.
디자인을 공부한 학생 중에 졸업 후 원하는 회사에 입사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또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취업보다 훨씬 어려운 일입니다.
인지도가 높지 않은, 이제 시작하는 디자이너가 만드는 옷의 물량은 소량일 수 밖에 없고,
이런 소량의 일을 맡아 줄 봉제 공장을 찾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어렵게 옷을 생산한다 해도, 그 옷을 유통시키는 것 또한 힘들다는 것은 모두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오르그닷은, 가능성은 있지만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뛰어난 인디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브랜드 인큐베이팅을 도와줍니다. 또 품질 좋은 옷을 만들어 줄 봉제 공장 네트워크도 구성합니다.
그리고 디자이너와 봉제 공장, 이 두 개의 네트워크를 연결하고 대안적인 유통 모델을 만들어,
소비자를 포함해 플랫폼 비즈니스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만족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오르그닷이 실현해 나가는 패션 플랫폼 서비스입니다.
취약 계층을 직접적으로 고용하지는 않지만 패션 플랫폼 서비스를 통해 봉제 공장 노동자와 디자이너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사회혁신기업으로서 추구해야 할 중요한 사회적 가치 중의 하나이죠.
어제 디자이너 네트워크에 속해 있는 두 분의 디자이너를 만나고 왔습니다.
이들이 의기투합해 'be'라는 브랜드를 런칭하고, 동대문의 패션몰 두타에 매장까지 오픈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신진 디자이너들의 신규 창업을 돕기 위해 서울시에서 작업 공간과 자금, 전시 공간 등을 제공하는 '패션 창작 스튜디오'의 최종 입주자로 선정된 실력있는 분들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여러 패션회사에서 경험을 쌓은 그 분들이, 회사를 뛰쳐나와 자신들만의 브랜드를 만든 이야기가 궁금했습니다.
경험과 열정, 패기를 바탕으로 일을 벌인 젊은 그녀들! 이제 그녀들의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be'의 박보현(왼쪽), 황은지(오른쪽) 디자이너
Q. 디자이너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해요.
- 황은지 : 저는 예중, 예고를 나왔는데, 어렸을 때는 그냥 미술이 좋아서 화가가 되고 싶었어요. 예고는 고등학교 때부터 전공을 정하는데 그 때 디자인을 택했어요. 또 대학에서는 산업디자인과 복식디자인을 같이 전공 하다가 결론적으로 패션이 더 맞는 것 같아서 패션 쪽으로 취직하고 준비하게 됐어요.
- 박보현 : 원래 고등학교에서는 미술을 했었거든요. 의상디자인과를 가려고 하다가 사정이 생겨서 건축디자인과를 가게 됐어요. 근데 유명한 의상디자이너들 보면 건축 전공하고 의상 전공 같이 하신 분들이 많잖아요. 그래서 건축을 하고 나중에 패션을 해도 마이너스는 안 되겠다. 이런 생각을 했어요. 학부 때 의상을 하려고 시도는 했었는데, 결국엔 시간 투자를 하면서 학위도 있으면 좋겠다 생각을 해서 대학원을 택하게 된 거고요. 의상 쪽에는 계속 관심이 있어서, 학교 다닐 때도 의상 쪽으로 인턴이나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Q. 어떻게 함께 일하게 되었나요?
- 황은지 : 저는 디자이너를 2년 반 정도 하다가 ㈜아비스타 정보실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그 곳에서 보현이를 만나서 1년 정도 같이 일하고 나와서 샵을 준비하게 됐어요. 정보실은 트렌드를 분석하고, 브랜드를 기획하는 부서고 디자이너는 실무를 하잖아요. 두 업무를 모두 겪고, 특히 정보실에서 일하면서 브랜드 기획하고 컨셉잡고 하다 보니까 욕심이 나더라고요. 시장조사를 하기 위해서 신진디자이너들이 있는 이 곳(두타)에 왔었는데, 신진디자이너들을 육성하는 이런 문화를 접하면서 ‘우리도 원래는 이런 꿈을 가지고 있었지 않았느냐’ 라는 걸 돌이켜 볼 수 있었어요. 보현이랑은 옷에 대한 스타일이 서로 조금 다르긴 하지만, 추구하는 방향이 같아요. 솔직히 혼자 하기에는 좀 두려워서 더 나중에 하거나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 둘이 의견이 잘 맞아서 ‘우리가 좋아하는 것 하면 좋겠다’ 이런 마음에서 하게 됐어요.
Q. 학교 공부와 회사 생활을 거치면서, 지금 매장을 운영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 있다면 어떤 건가요?
- 황은지 : 저는 솔직히 학교에서 배운 거는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학교랑 실무랑은 다르다는 것을 많이 느껴서요. 반대로 실무에서 배운 것은 되게 많이 도움이 되었어요. 저희가 아까 말씀 드린 것처럼 디자인이랑 정보실이랑 약간 다른 분야를 둘 다 경험한 것이 아주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 박보현 : 단적이 예로, 디자이너 친구들이 오면 확실이 저희가 정보실에서 일을 해서 디자이너가 보는 시선과는 좀 다른 시선으로 일에 접근 하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 황은지 : 디자이너의 시선이 옷에만 집중이 되어 있다면, 우리는 약간 포괄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이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요. 그리고 여기 신진디자이너존을 보면 실무 경험 없이 매장 운영하는 분들도 많긴 하거든요. 신진 디자이너들의 독특한 매력이 있긴 한데, 실무를 겪음으로써 알 수 있는 것들이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들은 실무를 겪지 않아서, 개성은 있지만 어떻게 보면 완성 단계에서 미숙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저희는 실무를 겪으며 배운 대로 완성도 높은 옷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실무경험이 제일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Q. 회사 생활과 매장 운영을 비교해 보면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을 것 같아요. 어떤가요?
- 박보현 : 아직은 좋은 점 밖에 없는데… 매출?(웃음)
- 황은지 : 좋은 점이 있다면, 회사는 내 것이 아니잖아요. 어쨌든 저희들만의 공간이 있다는 게 좋아요. 그래서 더 욕심도 나고 열심히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힘든 점은, 회사에서는 그렇지 않았는데 이제는 1부터 100까지 다 저희가 컨트롤 해야 하니까.. 소재도 저희가 다 찾으러 다녀야 하고, 하나부터 열까지 다 체크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래도 좋죠. 아직은 좋은 점이 더 많은 것 같아요.
- 박보현 : 어쨌든 안 좋은 점까지 저희가 다 부담해야 하니까, 그런 면에서 약간은 무게감이 더 있어요. 잘 될 것 같은 기대도 있어요(웃음).
Q. 동업이 쉽지만은 않을 텐데, 언제 상대방이 큰 힘이 되나요? 혹시 상대가 미울 때도 있나요?
- 박보현 : 저희가 일 시작할 때, ‘위험하다’, ‘어렵다더라’, ‘몇 달 안 돼서 찢어진다’ 그런 얘기를 너무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일부러 안 그러려고 애써서 그런지, 아니면 남들한테 ‘우린 아니에요’ 이런걸 보여주려고 해서 그런지, 아직은 큰 트러블이 있거나 그러진 않아요.
- 황은지 : 아직 얼마 안 되기도 했고, 그리고 회사 다닐 때 1년 정도 같이 해병대처럼 똘똘 뭉쳐서 일했거든요. 그때 일한 것처럼 하면 문제 없을 것 같아요. 서로 의지하면서 일했었어요.
Q : 매장 인테리어 등을 준비하며 재미있었던 에피소드가 있나요?
- 박보현 : 천장까지 저희 둘이서 다 칠했거든요. 밑부분은 아는 동생들이 하루 와서 도와주긴 했는데 마지막 마무리는 저희가 했어요. 적지 않은 나이에 하려니 체력적으로 너무 힘든 거에요. 둘이 서로 말도 못하고 이렇게(지친 듯한 모습) 찜질방가서, 거의 기절한 듯이 4시간 자고 아침에 다시 와서 하고…
- 황은지 : 인테리어를 영업 외 시간에만 할 수 있어서 새벽 5시에 10시 사이에만 할 수 있었어요. 새벽 5시에 나와서 부들부들 떨면서 하고, 체력적으로 힘들었죠. 저희는 옷도 좀 적게 걸고, 인테리어를 약간 고급스럽게 하고 싶었어요. 딴 곳과 좀 차별화 하려고 하나하나 신경 많이 썼어요. 쓰레기봉투도 이 친구(박보현)가 직접 바느질로 마감해서 만들고요. 하나하나 손으로 만들어서 달고, 인테리어에 투자를 좀 많이 했죠. 돈보다는 시간을 많이 들이고 발품을 팔았어요.
- 박보현 : 저희가 재활용 센터랑 황학동, 중고시장 같은데 돌아다니면서 아이템들을 구해오고요.
Q. 8월 31일 오픈 후로 10일 정도 지났는데, 손님은 많았나요?
- 황은지 : 지난주에는 좀 괜찮았어요. 안 되는 날과 되는 날의 격차가 좀 심하긴 했어요. 지난주에는 빵빵 웃고 있다가 이번 주엔 좀 안 되어서 시무룩해 있었어요(웃음).
Q. 브랜드명 ‘be’에는 어떤 의미를 담았나요?
- 박보현 : 브랜드명 정할 때 고민 많이 했거든요. 근데 단어단어 조합 이런걸 했더니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느낌도 너무 다른 거예요 그래서 결국 보현이랑 은지가 하니까 이름에서 B와 E를 따서 be라고 하자, 이게 제일 명확한 것 같아서 그렇게 하게 됐어요. 그리고 어쨌든 be라는 단어 자체에도 뜻이 있고, 둘이서 한다는 의미에서 e 위에 점을 두 개 붙였어요. 독일어에 그런 글자체가 있잖아요. 그냥 be라고 하면 재미없는 부분도 있으니까 저희가 약간 의미를 더 담은 거예요. born to enable 이라고 해서 가능하게 한 것을 타고 난, 그런 뜻도 있고요.
Q. ‘be’에서 추구하는 컨셉과 타겟에 대해 설명해 주시겠어요?
- 황은지 : 저희 둘 다 약간 모던한 걸 좋아하긴 해요. 모던하면서 너무 매니쉬하지 않고 페미닌한 감성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한마디로 내추럴 시크죠. 저희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게, 또 저희가 입고 싶은 옷을 만드는 게 제일 확실할 것 같았어요.
타겟은 20대 중후반으로 잡았는데, 아이템 별로 느낌이 조금씩 다르니까 젊은 친구들이 와서 사가기도 하고 생각지 못했던 30대 중후반 분들도 와서 구입하세요. 특히 패션업계에 종사하는 분들이 많이 오거든요. 디자이너나 패션업계에 종사하는 분들, 눈이 까다로운 분들이 살 수 있는 옷을 만들자라는 게 중요했어요. 합리적인 가격 역시 중요하고요. 과한 것보다는 정제되고 심플하게 정리된 느낌으로, 신진디자이너 작품으로는 약간 심심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저희는 입었을 때의 핏을 더 중요시 했어요. 좋은 소재에도 포커스를 두고 작업하고요.
Q. 디자이너 네트워크에 합류하게 된 계기는요?
- 박보현 : 대학에서 만난, 친한 친구가 있는데 어느 날 ‘어디 모임을 갔었는데 신진 디자이너를 육성하는 곳이 있더라. 이런 일을 하고 있다니까 한 번 만나봤으면 좋겠다, 좋은 식으로 말씀하셨다’고 해서 그 친구와 오르그닷 김방호 이사님을 만나 뵈었어요. 이사님께서, 어떤 일을 하시는지 설명해주시고, 저희가 이런 걸 준비하고 있다니까 ‘준비 많이 하셨네요’ 이러시면서 긍정적으로 말씀해 주셨어요. 저희는 또 부족할까봐 걱정했는데 좋게 말씀해 주셨고요.
- 황은지 : 그때 이사님이 PPT파일도 보여주셨거든요. 앞으로 어떻게 해서 공장과 연계 할 것이다, 이런 것도 말씀해 주시고…
- 박보현 : 디자이너 네트워크라는 걸 처음 들었을 때 저희는 ‘하면 되게 좋겠다, 이상적이다’라고 생각했어요. 함께 하고 싶었죠. 패션창작스튜디오도 이사님 덕분에 들어가게 된 거예요. 너무 감사 드리죠. 디자이너 네트워크를 통해서 저희가 바라는 것을 구현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패션창작스튜디오에도 입주하게 됐고, 한발한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Q. 앞으로의 바람이 있나요?
- 박보현 : 처음에 시작할 때도 옷 자체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는데, 아는 분께 이런 얘기를 들었어요. 디자이너는 나중에 다른 곳에서 옷을 사 입을 것이 없어서 자신의 옷을 입을 수 밖에 없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요. 진짜 그렇게 됐으면 좋겠어요. 제가 만든 옷 말고는 입을 게 없는…
- 황은지 : 저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둘이 안 틀어지고 영원히 잘 운영하는 거요.
Q. 자신만의 가게를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 준다면.
* 디자이너 박보현, 황은지의 ‘be’ 매장 : 동대문 두타 지하 1층 신진디자이너존 404호
열정으로 가득 찬, 그리고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그녀들을 만나고 돌아오면서,
가슴 속에서 꿈을 향한 뜨거운 무엇이 꿈틀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디자이너 네트워크의 그녀들,
그녀들과 함께하게 될 패션 플랫폼 서비스의 미래도 밝을 거라는 기대를 다시금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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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ani 2009/09/12 11: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흥미롭네요. 꼭 이분들 꿈을 이루기를 바랍니다.
떄로는 힘들 때도 있겠지만 긴 호흡을 가져가기를 바래요.
아이티언니 2009/09/14 15: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두타 매장에 공간을 저토록 여유있게 쓰는 사람이 있단 말인가요?
요번에 두타가 제대로 정신을 차렸나보네?ㅋㅋ
두분 감각있어 보이네요. 동대문갈 일 있을때 한번 들러봐야 겠어요.